기존의 원작과는 많이 다른 기예르모 델토르의 피노키오
몇달 전에 디즈니에서 피노키오 실사화 영화가 공개됐었고, 그리고 12월 9일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습니다. 두 작품 다 본 저로서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가 훨씬 좋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네요.
똑같은 피노키오를 만들기 싫어했다는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의도처럼 우리가 알고 있던 원작과는 다릅니다.
넷플릭스에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외에도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30분의 짧은 다큐가 있는데 그걸 보면 감독의 의도를 조금은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기예르모 델토로는 이 영화를 통해 단순히 사람이 되기 위해 착한 행동을 하려는 피노키오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디즈니 작품보다 기예르모 감독의 피노키오가 저는 좀 더 현실적이라고 느껴졌어요. 사실 갑자기 생명을 얻게 된 피노키오라면 세상이 궁금하고 모든게 다 의아할텐데 어떻게 착한 일만 하겠어요. 기예르모 작품 속의 피노키오는 4~6살 어린이마냥 순수하고 세상에 정말 때묻지 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피노키오를 처음 만나게 되는 제페토의 반응 역시 현실적입니다. 마냥 기뻐하는게 아니라 약간은 무서워하고, 마을 사람들이 피노키오를 무서워하다보니 영화 초반의 제페토는 마을 시장의 눈치를 보면서 피노키오를 관리하려고만 합니다. 오히려 피노키오에게 왜 카를로와 다르게 행동하느냐고 화를 내곤 하죠. 피노키오를 처음부터 본인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왜 피노키오가 본인의 먼저 떠난 아들 카를로처럼 행동하지 않는지에 대해 화를 냅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단순히 착한 아이가 되라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아닙니다. 기예르모의 피노키오는 4~6살의 어린이처럼 순수하다 보니 악의없이 행동하고 본인이 궁금한 일을 막무가내로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하면서 서서히 진짜 사람의 감정을 깨달아가죠. 그리고 제페토는 본인이 피노키오에게 카를로의 모습을 강제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피노키오도 별개의 생명체인데 단순히 카를로의 모습을 닮지 않았다고 화를 내는 것이 제페토의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를 향할수록 제페토는 피노키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카를로와는 다른 새로운 부자관계를 형성합니다.
여러모로 생각할 점이 많은 피노키오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각색해서 피노키오를 표현해낼 수 있다니, 확실히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색깔이 많이 드러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스톱모션, 그리고 화려한 출연진
사실 애니메이션 영화는 일반 실사영화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장면 하나하나를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든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든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 중에 제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르는 스톱모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팀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 악몽도 스톱모션 영화인데요. 스톱모션이란 등장 인물 모두 다 모형으로 만들고 배경까지 실제로 제작하고, 촬영진들이 인형을 하나하나 움직여가면서 영화를 만들어내는 장르를 말합니다.
위에도 썼듯이 이 영화를 만드는 제작 과정을 담은 미니 다큐가 있는데, 그 다큐를 보면 스톱모션을 어떻게 만드는지 얼마나 노가다(?)인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뭐 아무튼, 제가 이런 스톱모션 장르를 굉장히 좋아해서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기대했는데, 정말 생각보다 더 좋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수작업으로 고생을 한 영화들이 좋더라고요. 정말 정교하게 잘 만들었어요. 너무 잘 만들어서 CG도 좀 섞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제작과정을 보니까 다 수작업이겠더라고요. 영화 만드는데 15년 정도 걸렸다는데 납득이 갈 정도 였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출연진도 굉장히 화려합니다.
크리켓의 이완맥그리거, 요정과 죽음의 역의 틸다 스윈튼, 원숭이 스파자투라의 케이트 블랏쳇까지...
사실 원숭이 스파자투라는 영화에서 대사도 없고 진짜 원숭이 울음소리만 내는데 이런 역할조차 케이트 블란쳇이 했다니 좀 놀라웠습니다. 알고보니 케이트 블란쳇이 기예르모가 피노키오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자기한테 역할 아무거나 하나만이라도 달라고 했는데 남은게 원숭이 스파자투라여서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케이트가 그것도 좋다고 해서 배역을 맡게 된 거라고 합니다.
확실히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은 팀 버튼과 비슷하면서도 본인만의 분명한 색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예르모 작품이라는 걸 알면 보고 싶어지는 매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에 몇달 전에 올라온 기예르모 델토로의 호기심의 방도 보고싶은데 이건 저한테 너무 무서울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무튼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정말 재미있어요. 스톱모션 좋아하거나 기예르모 델토로 작품을 평소에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모두 재미있게 보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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